전기요금 변동과 탄소 규제, 납품사 ESG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는 비용 헤지와 재생에너지 실적을 동시에 설계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직접·간접·제3자 모델의 구조, 비용·리스크, 정산·인증 처리, 계약서 체크리스트와 도입 로드맵까지 한눈에 비교합니다.
전기요금이 오르내릴 때마다 예산은 흔들리고,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은 점검을 받습니다. PPA는 가격·공급·인증을 한 계약에 묶어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장기 조달 도구입니다. 어느 모델이 정답이기보다 우리 부하 패턴과 목표(전기료 절감, RE100 대응, 납품사 요구)를 먼저 정한 뒤 맞는 구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 핵심 개념부터 모델별 장단점, 계약서 체크포인트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PPA의 핵심 요소 5가지: 계약을 읽는 기준
PPA(전력구매계약)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판매자)와 전력 수요자(구매자)가 일정 기간 전력 또는 전력의 가치(정산·속성)를 거래하는 계약입니다. 이름은 같아도 실제 내용은 다섯 가지로 갈립니다. 첫째, 실물 인도(물리적으로 공급)인지 정산형(가상·차액정산)인지입니다. 둘째, 송배전망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망 이용, 계량, 정산 단위)입니다. 셋째, 가격이 고정·변동·혼합 중 무엇인지와 조정(물가, 정책 변화) 규칙입니다. 넷째, REC 등 환경가치의 귀속·이전 시점과 이중계상 방지 체계입니다. 다섯째, 발전량·수요 변동, 출력제한, 일정 지연이 발생했을 때 책임과 비용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입니다. 계약을 검토할 때는 먼저 조직의 목표를 분리해야 합니다. 비용 헤지(예산 안정)가 우선인지, 재생에너지 실적(대외 공시·납품 요건)이 우선인지가 정해져야 조항 간 우선순위가 명확해집니다.
직접 PPA: 발전소와 수요자가 바로 계약하는 방식
직접 PPA는 수요자가 특정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전력 조달 조건을 장기간 확정하는 모델입니다. 장점은 설계 자유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가동이 일정한 기업은 일정 물량을 고정가격으로 묶어 예산을 안정화하고, 변동이 큰 기업은 최소물량만 고정하고 초과분은 시장 연동으로 두는 혼합 구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약과 함께 신규 설비 투자(추가성)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공시의 설명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단점은 프로파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광·풍력은 시간대별 발전 패턴이 있고, 기업 부하는 별도 패턴을 가집니다. 이 불일치가 부족·초과 정산 비용으로 나타나므로, 부족분 보충(계통 전력 구매)과 초과분 처분(판매·상계) 규칙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신용보강(보증금, 지급보증, LC)과 손해배상 한도도 핵심입니다. 상대방의 인허가·계통 접속·EPC/O&M 역량, 보험, 장기 운영 계획까지 확인하면 계약 안정성이 올라갑니다.
간접 PPA: 공급사·중개를 통해 실적을 확보하는 모델
간접 PPA는 수요자가 발전사업자와 직접 실물 전력을 주고받기보다, 전력 공급사·중개자·상품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운영 관점의 장점이 큽니다. 여러 발전원을 묶어 포트폴리오로 공급받아 발전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고, 기간·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도 쉽습니다. 특히 내부 역량이 아직 부족한 조직은 중개자가 제공하는 정산·보고서 체계를 활용해 감사 대응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반면 중개 단계가 늘어나면 가격에 수수료와 마진이 포함될 수 있고, 계약 문구가 실제 사용과의 연결보다 인증 이전에 치우치면 대외 커뮤니케이션 리스크가 생깁니다. 따라서 인증의 종류와 유효기간, 이전 기록(추적 가능성), 이중양도 금지, 보고서 제공 범위(사이트별·기간별), 표현 가능 문구를 계약서에 구체화해야 합니다. 공시·납품 요건이 엄격한 산업이라면 추가성·지역성·시간 일치 기준을 충족하는지까지 최종 점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3자 PPA: 송배전망을 이용해 실물 인도를 구현하는 방식
제3자 PPA는 발전사업자와 수요자가 계약하되, 전력의 물리적 전달은 송배전망 운영 주체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를 말합니다. 발전소 전기가 망을 타고 수요지로 간다는 개념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모델입니다. 장점은 실물 인도 기반으로 조달을 설명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에게 구조를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수요지와 발전소가 떨어져 있어도 조달을 설계할 수 있어 입지 선택 폭이 넓습니다. 단점은 비용·일정·정산 복잡성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망 이용료와 부대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하고, 계통 혼잡이나 공사 지연이 있으면 상업운전일(COD)이 밀릴 수 있습니다. 이때 지체상금, 단계적 개시, 대체 조달 허용, 해지권 같은 구제 장치를 촘촘히 넣어야 합니다. 또한 계량 체계가 핵심입니다. 어떤 계량기 데이터가 정산의 기준이 되는지, 결측·오류가 발생하면 어떤 절차로 보정하는지, 사업장·지점이 여러 개인 경우 정산 단위를 어떻게 묶을지까지 사전에 정리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격·정산·인증: 세 모델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
세 모델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보는 항목은 가격 구조와 정산 규칙입니다. 가격은 고정가격(예산 안정), 변동가격(시장 연동), 혼합(바닥가격+상한, 또는 일정 물량만 고정)으로 나뉘며, 물가 연동·정책 변화 같은 조정 조항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정산은 계약물량, 실제발전량, 실제사용량의 차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연간 10GWh를 계약했더라도 발전이 9GWh로 부족하면 부족분을 어떤 단가로 보충하는지, 반대로 11GWh로 초과하면 초과분을 어떤 단가로 정산하는지에 따라 총비용이 달라집니다. 또한 출력제한, 정전, 설비 고장, 극단 기상 등 사건별로 면책과 비용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증(REC 등)이 결합되면 귀속·이전 시점, 이전 실패 시 구제, 이중계상 방지, 회계·공시 증빙(이전 내역, 확인서, 보고서) 범위를 확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전기료 절감과 RE 실적 중 우선순위를 먼저 정한 뒤, 그 목표에 맞게 가격·정산·인증을 하나의 설계로 묶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계약서 체크리스트 10: 실무에서 분쟁이 잦은 조항
계약 검토는 기술·재무·법무가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다음 10개 조항은 모델과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분쟁이 생깁니다. 1) 계약 기간과 갱신·중도해지, 2) 개시 조건(COD)과 지연 시 구제(지체상금·해지권), 3) 공급 물량 정의(시간대, 계절, 최대·최소), 4) 가격 산식과 조정(물가·정책·세금·규정 변경), 5) 부족·초과분 정산과 대체 조달 허용, 6) 망 이용료·부대비용·계량 비용 부담, 7) 인증 이전 및 이중계상 방지, 8) 보증(발전량·설비 성능)과 손해배상 한도, 9) 불가항력·출력제한 처리, 10) 분쟁 해결(준거법·관할·중재)입니다. 여기에 신용보강(보증금, 지급보증, LC), 조기 해지 시 정산(해지정산금, 위약금 산식), 데이터의 우선순위(어느 계량값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를 추가로 명시하면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조항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누가 어떤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원칙으로 책임 배분이 일관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도입 로드맵: 우리 회사에 맞는 모델을 고르는 순서
첫 단계는 전력 데이터 확보입니다. 최소 12개월 이상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부하 특성을 파악하고, 사업장별 계량 체계와 계약 단위를 정돈해야 합니다. 둘째, 목표를 분리합니다. 비용 헤지 목적이면 고정가격 비중, 손실 허용 범위, 손해배상 한도를 먼저 정하고, RE 실적 목적이면 인증 요건과 보고 체계(감사 대응 자료)를 먼저 확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공급 측 실사를 수행합니다. 인허가·계통 접속·EPC/O&M 역량·보험·신용도와 함께, 일정 지연 시 대체 조달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합니다. 넷째, 제안요청서(RFP)로 복수 대안을 비교해 가격뿐 아니라 정산 규칙, 리스크 배분, 증빙 품질을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결재와 대외 커뮤니케이션 문구를 함께 정리합니다. 재생에너지 사용 표현은 계약 구조와 증빙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홍보·IR 문구는 법무·재무와 사전에 합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파일럿 도입 후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은 초기 시행착오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론
직접 PPA는 설계 자유도가 큰 대신 발전·수요 불일치 리스크를 정산 규칙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간접 PPA는 운영이 단순하지만 인증·증빙 범위를 계약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제3자 PPA는 실물 인도 기반의 설명력이 장점이지만 망 비용과 일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조직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고 전력 데이터 기반으로 조항을 설계하면, PPA는 조달을 넘어 에너지 전략의 핵심 도구가 됩니다.
유의사항
본 글은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 대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기업·프로젝트에 대한 법률·세무·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 체결 전에는 전력 거래 규정, 인증 요건, 계통 접속 조건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 공지와 전문 자문을 통해 최신 요건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