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경쟁입찰, 영국처럼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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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경쟁입찰을 영국 CfD 사례로 해부해 장기 고정가격이 투자와 단가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합니다. RPS·REC 변동성, 계통접속 지연, 입찰 미달과 대체이행 위험을 짚고, 6가지 설계 원칙으로 실행 전략을 제시합니다. 해상풍력·소규모 태양광을 살리는 설계도 포함합니다.

재생에너지 경쟁입찰 논쟁의 핵심은 ‘가격 위험을 누가 지느냐’입니다. 지금의 RPS·REC 체계는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는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CfD는 경쟁입찰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계약으로 불확실성을 낮췄습니다. 한국에 맞는 해법을 정리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이 석탄을 퇴출하면서 재생 비중을 끌어올린 과정, CfD 구조, 한국의 병목과 제도 개편 시 실패 시나리오까지 한 번에 점검합니다.

재생에너지 정책과 시스템

제도 개편 논쟁의 본질, 리스크 배분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은 겉으로는 ‘목표 비중’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변동과 이행 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리스크 배분 문제입니다. 의무공급제(RPS)는 대형 발전사에게 비율을 부과해 최소 행동을 강제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의무를 REC 구매로 대체할 수 있으면 설비 투자 압력은 약해질 수 있고, 시장가격 하락기에는 신규 투자 결정이 급격히 보수화됩니다. 정부 조달형 경쟁입찰은 필요한 물량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므로 목표 달성 경로가 명확해지지만, 상한가격·인허가·계통접속 지연 같은 리스크가 민간에 과도하게 전가되면 입찰 미달로 목표가 남고 공급은 느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처럼 초기비용이 큰 기술은 장기 수익구조가 없으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붙기 어렵습니다. 결국 ‘경쟁을 붙이느냐’가 아니라 ‘경쟁을 하되 투자 불확실성을 제도적으로 낮추는가’가 성패를 가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제도 변경 가능성 자체가 비용(WACC)을 올리는 요인이므로, 개편 방향이 정해졌다면 시행 일정과 경과 규정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경로가 불투명하면 정치적 반발이 커져 정책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영국은 석탄을 끊고도 왜 흔들리지 않았나

영국은 석탄 퇴출을 선언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2024년 9월 30일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로 알려진 라트클리프 온 소어(Ratcliffe-on-Soar)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며 석탄발전 시대를 종료했습니다. (Reuters) 석탄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스·원전·수요관리도 활용했지만, 전력 생산의 중심축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이동한 점이 결정적입니다. 영국 정부의 ‘Energy Trends’ 통계(2025년 12월호)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4.7%로,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습니다. (UK Government Publications) 연간 수치가 40~50%대로 다르게 보이는 것은 집계 기간(분기·연간)과 재생에너지 범주(바이오에너지 포함 여부 등) 차이 때문입니다. 중요한 교훈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동안에도 투자와 건설이 멈추지 않도록 ‘가격 위험 완충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통계는 2025년 3분기 비중이 2025년 2분기 최고치에 근접했다고도 언급합니다. (UK Government Publications) 제도 신호가 유지되며 투자 사이클이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CfD 구조, 역경매와 장기 고정가격

영국의 대표 도구는 2014년 도입된 차액계약(CfD)입니다. CfD는 발전사업자와 정부 소유 회사인 LCCC 간 ‘사적 계약’이며, 사업자는 역경매(할당 라운드)에서 선정되면 정해진 기준가격(strike price)을 받습니다. 시장 기준가격(reference price)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LCCC가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시장가격이 더 높으면 사업자가 초과분을 되돌려주는 양방향 정산이 핵심입니다. 이 설계는 변동적인 도매전력가격 위험을 줄여 금융조달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로 정리됩니다. (GOV.UK) 정부 안내에서는 재생에너지 CfD를 15년 지급기간 모델로 설명해 왔습니다. (GOV.UK) 다만 2025년 제도 업데이트로 AR7부터 풍력·태양광 등 일부 기술에 20년 CPI 연동 계약을 적용하기로 확정해, 장기 수익 불확실성(머천트 테일)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됐습니다. (GOV.UK)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하방 위험을 줄인 상태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압력도 함께 받게 됩니다.

한국 RPS·REC의 장점과 한계

한국의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는 일정 규모 이상 발전사가 연간 공급전력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입니다. 이 의무는 직접 설비를 짓거나 장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도 이행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REC 구매로 부족분을 맞추는 경로가 널리 활용돼 왔습니다. 문제는 REC와 전력시장 가격이 동시에 흔들릴 때 사업자의 현금흐름 예측이 어려워지고 금융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IEEFA는 한국에서 REC 구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직접 발전 확대를 억제할 수 있고, 계통 확충·PPA 제도와의 비정합도 병목으로 지적했습니다. (ieefa.org) 한편 한국도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제도를 운영해 의무공급량의 안정적 이행과 발전사업자 투자 안정화를 유도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knrec.or.kr) 즉 핵심은 ‘제도 존재 여부’가 아니라, REC 현물 의존을 줄이면서도 설비 확대 압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체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느냐입니다. 연구에서는 2017년 이후 SMP+REC 통합 고정가격 계약으로 가격 위험을 헤지하려는 취지도 언급됩니다. (keei.re.kr)

경쟁입찰·장기계약으로 가면 달라지는 것

RPS 중심에서 정부 조달형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 계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 가장 큰 변화는 ‘가격 위험의 축소’입니다. 현물 REC 의존이 줄면 사업자는 매출을 장기간 예측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금리와 조건을 완화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붙이기 쉬워집니다. 이 효과는 자본집약적 기술에서 특히 큽니다. 예컨대 부유식 해상풍력은 기술·공정·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서 정부의 고정가격 성격 지원이 없으면 민간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에퀴노르의 750MW 부유식 프로젝트에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 제안을 했고, 2024년 입찰에서 총 1,886MW 해상풍력 계약이 배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Reuters) 태양광의 경우에도 2017년 이후 장기 고정가격 경매가 보급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renewable-ei.org) 다만 장기계약이 늘어날수록 소비자 비용 통제, 계통접속 지연 관리, 지역 수용성 확보 같은 ‘비가격 요소’가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상한가격과 가중치에 따라 실효가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Reuters)

우려 포인트와 설계 체크리스트

경쟁입찰 중심 체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입찰 미달’과 ‘목표 공회전’입니다. 상한가격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인허가·계통·공사비 위험을 민간에 그대로 전가하면 사업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영국도 2023년 CfD 라운드에서 해상풍력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됐고, (ore.catapult.org.uk) 한국 역시 풍력 고정가격 입찰이 공고 대비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Seoul Economic Daily) 그래서 다음 6가지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① 다년 물량·일정 로드맵과 정례 라운드 ② 가격 위험 완화(가능하면 양방향 정산) ③ 계통접속 규칙·투자 동시 추진 ④ 소규모 전용 트랙·평가기준 분리 ⑤ 미달 부담금은 계통 보강 등 병목 해소에 목적화 ⑥ RPS 개편과 PPA·자발 수요를 상호보완 구조로 연계. 상한가격은 비용·금리 변화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낙찰 후 지연 시 물량을 보완하는 후속 라운드 규칙을 둬야 합니다. 기술군·규모군을 분리하면 서로 다른 비용 구조가 같은 가격표에서 충돌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경쟁입찰은 단가 절감 수단이 아니라 투자 리스크를 재배치하는 장치입니다. 장기계약으로 현금흐름을 안정화하고, 상한가격·계통·인허가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분담해야 설비가 늘어납니다. 제도 개편안을 볼 때는 물량 로드맵, 미달 방지 규칙, 소규모 보호 장치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최근 입찰 실적과 계통 지연 통계를 함께 점검하면 판단이 더 쉬워집니다.

유의사항

이 글은 2026년 2월 기준 공개된 정부·기관 자료와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 구조를 설명한 일반 정보입니다. 정책 세부안, 입찰 조건, 가격 상한, 지원 기간은 이후 개정으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종 판단 전에는 공고문과 법령·고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사업 또는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니며,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입지·계통·자본비용·인허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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